방위사업청이 2006년 1월부터 방위사업을 총괄한 이래로 19년간 진행된 총 18척의 해군함정 건조 사업들이 기본설계를 수행한 사업자가 ‘상세설계’와 ‘초도함(1번함) 건조’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기본설계와 상세설계의 사업자가 동일해야 책임소재가 분명하기 떄문이다.
방사청은 2006년 5월 ‘방위력개선사업관리규정’을 제정했다. ‘특별한 사유’라는 결격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해당 원칙에 있어 발생한 변수는 없다.
한국형 구축함 2단계 사업(KDX-Ⅱ·Korean Destroyer eXperimental, Phase-Ⅱ)에서 초도함인 충무공이순신 구축함에 발생한 수중방사소음이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도록 빌미를 준것이다.
해군은 1995년까지 KDX-Ⅱ 개념설계를 진행한 뒤 1996년 HD현대중공업과 기본설계 계약을 맺었고, 상세설계 및 함정 건조계약은 1999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체결했다.
1997년 상세 설계 계약 방식을 경쟁계약으로 변경한 것이다. 기존에는 계약시에 계약금액을 확정하지 않고, 사업 종료 후 비용을 정산하는 계산계약방식이다.
기본설계를 완료한 업체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를 수행하는 원칙이 성립되기 전이며, 계약 시점도 방사청 출범 시점인 2006년보다 7년전에 성립된 이원화된 계약방식이다.
1999년부터 시작된 KDX-Ⅱ 사업에서 한화오션은 1번함(충무공이순신함·진수일 2002년 5월), 3번함(대조영함·2003년 11월), 5번함(강감찬함·2006년 3월)을 건조했으며, 대우해양조선은 HD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상세설계를 했다.
KDX-Ⅱ에 대한 기본설계를 담당한 HD현대중공업은 2번함(문무대왕함·2003년 4월), 4번함(왕건함·2005년 5월), 6번함(최영함·2006년 10월)을 건조했다.
충무공이순신함은 해군 최초의 4000톤급 구축함으로 이제까지 전무하던 대공방어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전장 150m, 전폭 17m, 깊이 9.5m으로 원해작전 능력을 갖고 건조됐다.
2003년 12월 해군에 인도돼 전력화 기간을 거쳐 2004년 12월 최초 작전 배치으나, 인도과정에서 충무공이순신함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중방사소음이 발생했다.
수중방사소음은 함정의 탑재장비, 프로펠러, 유체 상호작용 등으로부터 발생해 수중으로 방사되는 소음으로 적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함정의 생존을 위협한다.
통상적으로 국방과학연구소는 함정 시운전을 할때, 수중방사소음을 측정해 결과를 국방기술품질원 함정팀 등 관련기관에 통보한다.
국과연의 통보를 받고, 기준 불만족시 함정팀은 연구개발 주관기관(통상 조선소)에 시정조치를 요구한다.
충무공 이순신 구축함은 기본설계와 상세설계가 분리되어 수중방사소음 발생 원인을 비롯해 귀책 사유가 불분명했다.
기본설계한 업체(HD현대중공업)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은 업체(한화오션)가 달라 책임 소재를 따지는 데 한계가 발생했다.
충무공이순신함은 대우해양조선이 수중방사소음을 개선하겠다는 조건부로 해군에 인도됐다.
함건조방식의 개선을 위해 방사청 개청과 함께 방위사업법 제정으로 국내 방위사업은 법률에 의해 추진되기 시작했다.
방위력 개선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세부 규정에도 함정 건조 사업에 대한 제도 개선 의지를 반영했다.
방위력 개선사업 관리규정에서는 ‘함정 건조 사업은 업체주관 연구개발사업으로 분류함을 원칙으로 한다.
필요 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선도함의 상세설계 및 함건조를 수행하게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는 해당 업체의 부도, 부정당 업체 제제 처분, 천재 지변, 상세설계·함건조에 대한 협상 결여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업관리본부장(통합사업관리팀장)은 시험평가 결과 잠정 전투용 적합으로 판정되면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에게 상세설계 및 함건조 사업계획(안)의 제출을 요청한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로 나눠 진행된다. 지난 19년간 이 같은 원칙을 기반으로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원칙을 세우게 된 데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충무공이순신함의 수중방사소음을 사례로 꼽을 정도다.
충무공이순신함급(KDX-Ⅱ)이 전력화 이후 문제점을 보완하는 형태는 해군 전력증강사업에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방사청 출범 2년 뒤인 2008년 대우해양조선은 수중방사소음 저감을 위해 위해 파이프(Pipe)로부터 전달되는 고체 소음 및 진동의 전달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파이프 지지용 방진 클램프’를 개발하기도 했다.
대우해양조선은 특허청에 파이프 지지용 방진 클램프에 대한 특허 등록출원에서 충무공이순신함의 수중방사소음 발생 원인을 개재했다.
2010년 3월 공개된 특허청 문서에는 ‘KDX-Ⅱ는 함정 성능이 우수한 반면, 배관 계통의 과다 진동으로 인해 수중방사소음의 과다 소음이 발생하는 문제점도 발생됐다’고 게재했다.
파이프 지지용 방진 클램프의 특허는 ‘용이하게 발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1년 1월 특허청에서 반려됐다.
책임소재를 알수없는 2원화된 제도로 국가 방위사업 제도 전반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개정 움직임을 일게 한 배경이 됐다. 함정사업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시기였다.
한화오션은 해군의 특수성능 설계기술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축적해 왔으며, 하반기 예정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KDDX 사업은 65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의 선도함을 2030년까지 전력화하고, 2030년 중반까지 후속함 5척을 양산하는 해군사상 최대 함정건조 사업이다. 총 6척을 건조하는 데 사업비만 7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방사청은 연내 KDDX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다.
KDDX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수행했지만,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진행했다. 방사청이 만들어온 확립된 원칙대로라면 함정사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아야 한다.
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까지 진행하는 것은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는 방사청이 추구하는 중요한 원칙에 부합된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의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노리고 있다. 현재 KDDX 상세설계에 적용할 핵심체계 기술확보 등 사전준비를 완료해 입찰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업계 관심은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한화오션 측 주장에 KDDX 사어에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한데, 누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질거냐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4월 25일 ‘2024 이순신방위사업전’에서 “과거 한국형 구축함(KDX-Ⅱ)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으나 한화오션이 상세설계를 수행했다. 업계 선입견을 깨트리며 성공적으로 수상함을 인도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세운 원칙을 스스로 깨는 책임소재가 불문명한 이원화 방식을 예로 들고 있어서, 차기구축함 사업에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디펜스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