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국산 전투함 개발
해군의 주력 전투함으로 활약하고 있는 호위함 사업의 닉네임은 왜 ‘울산급’으로 정해졌을까?
그 역사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로 우리나라 국군이 창설된 지 76주년이 되지만,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고 본격적인 방위산업이 시작된 것은 국군 창설보다는 20여 년이 늦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함정의 국산화, 그 중에서도 전투함의 국산화는 1975년 HD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방산업체로 지정되면서 시작되어 1980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호위함 ‘울산함’이 건조됨으로써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처음으로 국산전투함을 연구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1,500톤급 울산함은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기어링급 구축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최첨단 전투함이었다.
이로부터 2년 후에는 호위함보다는 규모가 작은 1,000톤급 초계함이 강남조선소를 비롯한 HD현대중공업 등 4개 조선소에서 동시에 진수됨으로써 본격적인 국산 전투함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호위함을 건조했던 HD현대중공업은 그로부터 30여 년 후인 2007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7,000톤급 이지스 구축함(세종대왕함)을 건조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HD현대중공업이 이룩한 성과는 세계 함정 건조 역사에서도 일찍이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HD현대중공업은 이후 2022년 이지스구축함 배치-Ⅱ에 해당되는 8,200톤급 정조대왕함 설계 및 건조에 성공하였고 올해 연말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발주한 이지스구축함 총 6척 가운데 5척을 건조하는 이지스함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1위의 조선기술력에 빛나는 화려한 경력에 비해 군함의 건조 역사가 가려져 있었지만, 실상 세계 어느 나라도 달성하지 못한 기술력을 축적하며 신화적인 기록을 남긴 것이다.
그리고 HD현대중공업은 이러한 이지스구축함의 독자 설계 및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형 이지스구축함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연구개발에 나서 2020년부터 3년 간 기본설계를 성공리에 수행하여 2022년 11월 ‘잠정 전투용적합’ 판정을 받았다.
앞으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남은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첫 국산 전투함을 연구 개발한 이후 50여 년 만에 국산 이지스구축함을 보유하는 국가로 우뚝 서게 된다.
이러한 역량은 엔지니어의 기술력과 경험에서 나오는 것으로 현재 HD현대중공업에는 이지스급 구축함 연구 및 설계에 직접 참여한 엔지니어가 250여 명에 달하며 이러한 전문인력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최상급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잠수함 분야는 1991년에 독일로부터 209급 잠수함 장보고함을 도입한 이후 1992년부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8척의 후속 209급 잠수함을 건조하게 됐다. 이후 2008년 HD현대중공업은 독일 외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공기불요장치(AIP)가 적용된 214급 잠수함을 기술도입하여 건조에 성공함으로써 잠수함 건조 기술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214급 잠수함의 선도함인 손원일함 건조와 함께 3,000톤급 잠수함 국산개발 사업도 착수되었다.
214급 잠수함을 건조했던 HD현대중공업이 주축이 되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함께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약 4년 간에 걸쳐 기본설계를 성공리에 수행했고 이후 한화오션이 1, 2번함을 건조하고 HD현대중공업이 3번함을 건조함으로써 3,000톤급 국산 잠수함 시대를 열게 되었다.
HD현대중공업은 소형잠수함을 비롯한 다양한 잠수함을 자체 기술로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조만간 수출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2,300톤급 잠수함 개발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초의 함정 수출 달성
국내 함정 연구개발에서 기술력을 축적해온 HD현대중공업은 함정수출에서도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의 첫 수출 함정은 1987년 HD현대중공업이 뉴질랜드에 수출한 군수지원함 ‘엔데버(Endeavour)함’이었다.
국산 전투함을 건조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였는데도 불구하고 엔지니어링 기술이 많이 들어가는 군수지원함을 수주하게 된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뉴질랜드가 엔데버함을 대체할 후속 군수지원함을 또 다시 HD현대중공업에 발주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엔데버함을 인수한 지 30년 후인 2016년에는 HD현대중공업과 23,000톤급 군수지원함 ‘아오테아로아(AOTEAROA) 건조 계약을 맺었다.
뉴질랜드가 HD현대중공업에 함정 건조를 ‘재발주’했다는 것은 먼저 인도했던 함정을 총수명주기 동안 운영해본 결과에 대한 만족감의 표시로써 그 어떤 평가보다 값진 성과였다.
HD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시작된 필리핀 함정 수주에서도 ‘재발주, 연속 수주’의 역사를 이어 총 10척의 함정을 수주하게 됐다.
한 업체가 필리핀 해군 현대화 계획을 도맡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찍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념비적인 일이다.
이것은 기술과 품질관리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검증됐다는 점에서 필리핀은 물론 타 국가에 대한 함정 수출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7년부터 현재까지 40여 척의 수출 실적을 세웠고 HD현대중공업은 18척의 함정을 수출하면서 K-함정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세계함정시장 전망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함정 수출에 나선 데 이어 함정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향후 10년간 신규 발주가 예상되는 규모에서 찾을 수 있다.
『Janes Market Forecast』(2024.05)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신규 발주가 예상되는 함정은 약 1,100척으로 113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 MRO 시장 규모는 모도 인텔리전스(Mordorr Intelligence)에 따르면 577억 불(78조 원)으로 예측되고 미해군 함정의 MRO는 139억 불(20조 원)에 달한다.
우리가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미국 7함대 비전투함 분야 MRO 시장 규모는 약 2.5억 불(4천억 원)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MRO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K-함정의 인기 비결
최근에 와서 왜 K-함정이 해외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얻을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금 세계에서 원하는 함정을 제 때에 공급해줄 수 있는 조선소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것과 함께 ‘합리적 예산으로 요구하는 성능을 만족’시키는 신뢰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체계는 공급자의 신뢰를 보고 구매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도입 후 운영상 문제가 발생하거나 운영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기체계 도입국과 제공국 간의 신뢰에도 손상을 줄 만큼 심대한 외교 안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는 실전에서 검증이 된 무기체계를 선호하며 무기체계 제공국이나 무기체계를 만드는 기업의 대외 인지도와 신뢰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무기체계의 실전성을 요구하고 있다.
휴전 하에서 남북한의 긴장이 어느 곳보다 높은 안보 특성상 무기체계의 요구수준은 물론이고 운영의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특성에 따라 ‘대한민국 군의 문턱을 넘으면 세계 어디에도 못 넘을 곳이 없다’고 할 만큼 국내에 조달하는 무기체계의 시험평가가 까다롭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함정은 전술적으로 운영하는 단일 무기체계가 아니라, 수중, 수상, 항공을 비롯해 대지상전까지 입체적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무기체계를 탑재하고 어느 곳으로든 기동할 수 있어서 ‘움직이는 군사기지’에 비유되는 복합무기체계이다.
호위함의 경우 200여 개 업체가 참여할 정도로 다양한 무기체계, 기자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각 각의 성능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하는 체계통합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함정은 한 나라의 ‘팀 십’의 결과물로 인식되며 이러한 기반이 조성돼 있지 않으면 자국 건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갖춘 미국마저도 해군이 요구하는 전투함을 제 때에 공급하지 못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데 이는 미국 조선소가 안고 있는 인력 부족, 설비 노후, 기자재 공급망 쇠퇴 등 세 가지의 복합 요인이 중첩돼 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함정 수출의 세 가지 키워드? 비용, 성능, 납기일
함정을 발주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합리적 비용, 성능 만족, 납기 준수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합리적 비용이다.
가장 값싼 비용이 아니라 ‘합리적’ 비용이라고 하는 것은 구매국 입장에서도 ‘명품’ 무기체계를 획득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함정시장에서 가격이 낮을수록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무조건 가격이 낮다고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구매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스펙을 제공하여 서로 간에 합리적 가격에 협상을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함정수출의 요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저가 수주’ 보다는 ‘적정가 수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둘째, 성능 보장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기업으로, 50년이 넘게 축적된 기술력과 설계 역량,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함정을 수출해왔다.
그 과정에서 K-함정이 선택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뛰어난 기술력, 효율성, 공정관리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무엇보다 계획된 일정에 맞게, 차질 없이 프로젝트를 끝마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HD현대중공업이 뉴질랜드와 필리핀의 재발주, 연속 수주를 달성하고 페루의 시마조선소와는 3종 4척의 함정 동시 현지건조와 함께 15년 간의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가지게 된 것은 무엇보다 함정 성능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와 총 6,406억원 규모의 함정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는데 한국의 중남미 방산수출 역사상 역대 최대 수주 금액이다.
그리고 15년 간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가지게 됨으로써 페루 사업이 가진 미래가치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초의 ‘현지 공동생산’ 방식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데 HD현대중공업은 설계, 기자재 공급, 기술지원을 수행하고 페루 시마조선소는 최종 건조를 맡게 되는 방식으로 엔지니어링 기술로 수출을 만들어내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HD현대중공업은 호위함급, 구축함급, 이지스구축함급의 모든 함정을 독자 기술로 연구개발 및 설계하여 건조했고, 잠수함 분야에서도 소형부터 중형까지 다양한 함종을 연구개발 및 건조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함종의 연구개발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소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4월 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열린 3,000톤급 잠수함인 '신채호함' 인도식에 이례적으로 세계 9개국 정부 인사가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최첨단 기술력이 들어가 있는 함정을 제 때에 인도하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것이다.
또한 이전까지는 국가별로 단편적인 수출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함정수출이 구매국의 해군현대화 프로그램이나 도태함정 교체 시기와 맞물리면서 다년간 연속 수주가 이뤄지는 형태로 변화가 생기고 있어 함정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과 페루에서 다년간 연속 수주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셋째, 납기일 준수이다.
미국의 조선소를 비롯해 선진국들의 조선소들이 가장 난관에 봉착한 것이 바로 납기일 준수이다.
실제로 납기일은 협상으로 정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납기일보다 더 중요한 평가지표는 신조함정 건조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도 HD현대중공업이 세계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함정을 건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2월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한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도 미국과 동일한 성능의 이지스 구축함의 건조기간이 미국보다 1/3 정도가 짧다는 것에 매우 큰 놀라움을 표했다.
물론 건조비용도 미국보다 1/2 수준으로 효율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이다.
HD현대중공업의 이러한 건조의 효율성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사업관리가 매우 체계화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인도하는 함정은 물론이고 해외 수출함정의 건조는 사업관리 역량이 보이지 않는 큰 변수이다. 함정은 기본적으로 구매국이 원하는 사양으로 맞춤형 설계 및 건조한 후에 시험평가를 거쳐 인도하는 특성상 사업 기간이 길고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므로 HD현대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사업관리 역량도 남다른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함정수출 각오와 전망은?
함정 수출은 세계 1위의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산분야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HD현대중공업은 언제나 구매국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제공하는 사업관리 역량으로 함정수출 세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1조 원 내외의 방산분야 매출을, 2030년대에 3조 원, 2035년에 5조 원대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필리핀을 시작으로 페루, 호주, 중동 지역으로 이어지는 인도·태평양 방산 벨트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대륙별 거점 국가에 대해 다양한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공고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쌓아 나갈 것이다.
또한, 필리핀 MRO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해군함정을 대상으로 하는 MRO를 비롯하여 앞으로 수출하는 함정에 대한 MRO를 패키지 사업으로 접목하여 함정 수출의 미래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HD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의 조선기술력에 기반한 ‘기술과 신뢰’의 기업 정신과 가치를 바탕으로 ‘해양방산 분야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글로벌 함정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다.
[디펜스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