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48 이제는 도태시켜야
노후화된 M48 계열 전차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군 당국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K2 전차를 당초 계획보다 감산하는 방향으로 정해지자 군 당국에서는 한때 M48A5K 전차의 사격통제장치 등을 개량하여 연장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M48 계열 전차 자체가 1950년대에 설계된 전차라 엔진 출력과 방어력 등 노후화 및 부품 단종으로 군수지원에 한계에 왔으므로 이제는 도태시켜야 한다. 105mm 주포인 M48A5K 전차 일부 차량은 차기동원사단으로 개편된 4개 동원사단 전차대대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2020년을 앞두고 현실에 적합하지 않은게 사실이다.
M48 시리즈 최초 도입은 언제인가
M48 전차가 처음으로 한국군에 넘겨진것은 1966년이다. 당시 M47 전차가 보병사단 예하 전차중대로 배속되었지만, 북한이 1960년 시점에 이미 T-55를 포함한 630여대의 전차를 보유한 상황이었다. 대한민국 육군은 당시 베트남 파병 대가로 1개 기갑여단 규모의 M48A1 전차를 인도받기로 하였다, 그렇게 66년부터 M48A1 전차들이 한국군에 인계되었다.
이 전차들과 기존에 보유 M47 전차를 혼합 편성하여 1968년 제1,2기갑여단을 창설하여 대한민국 육군도 본격적으로 북한의 기갑전력에 맞서 효과적인 방어 작전이 가능한 '기계화 전력 구축'의 첫걸음이 되었다. 이것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1970년부터 T-62가 소량이나마 도입하기 시작하였으나 1969년 중-소 국경분쟁 이후 북한은 더 이상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데드카피 하는 방식으로 T-62를 바탕으로 한 천마호를 만들어내는 등 기갑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한다. 북한은 T-62와 천마호를 포함하여 1979년 기준으로 주력전차 보유수는 약 2,600대로 추정되었다.
M48A2C 전차 인수
1969년~1970년에 주한미육군 7사단 철수로 그들이 사용하던 M48A2C를 군사원조로 인수한다. 육군은 이때 제1,2기갑여단에 배치되어 있던 M48A1과 M47들을 보병사단 예하로 예속변경하고 모두 M48A2C로 교체를 시작하였고, 그 이후 1973년 파월부대들이 모두 복귀함과 더불어 수도보병사단이 수도기계화보병사단으로 개편되면서 M48A2C를 장비하게 되었다.
M48A5K 전차의 탄생
1978년부터 북한의 전차 양산에 대응하여 미국에서 M48A1 잉여 전차 421대를 인수하면서 업 그레이드용 105mm 주포 및 디젤 엔진을 인수하여 개량 양산이 시작된다. 1977년에 미국으로부터 육군이 보유하고 있던 M48A1과 M48A2C를 M48A3K/A5K로 개조할 수 있도록 부품을 대량으로 수입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고 (당시 가격으로 6,170만 달러 어치) 동시에 당시 미군 주력전차였던 M60A1 전차를 판매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카터대통령이 거부하였다.
따라서 일단 차선책으로 선택해 놓은 기존 기갑전력의 개량을 위해 경상남도 창원에 개조공장(현재의 현대로템)조성을 끝마친다. 그렇게 1978년부터 육군이 보유한 M48A1전량과 A2C의 일부는 A3K/A5K 사양으로 차근차근 교체되어가기 시작했다. 특히나 A5K는 그동안 90mm 주포에 머물러 있었던 국군 기갑전력의 화력을 올려줌으로써 북한의 T-62를 위시한 천마호 전차와 동급의 화력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1980년에는 두 번째 기계화사단인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보병사단-차량화보병사단-기계화사단의 과정을 거쳐 개편되었다.
1980년대에는 70년대 후반부터 준비해왔던 K-1 전차의 개발이 점점 가시화 되어가고 있었고, 1988년 이후 수도사단과 20사단에는 K-1으로 채워지기 시작하고 여기에 있던 M48A5K 전차들은 1,2기갑여단으로, 기갑여단에 있던 M48A3K 전차들은 보병사단으로 내려가는 형식으로 교체가 되었다. K-1의 생산이 단순히 M47/M48 전차들을 대체하는 목적 보다는 육군 기갑전력을 대규모로 증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89년, 30사단이 기계화사단으로 개편되는 것을 시작으로 26사단, 5기갑여단 등이 창설되고 M48 계열 전차들은 육군의 기계화부대에서 사라지게 된다.
1995년에는 미국에 장기보관처리되어 있던 M48A5 전차 275대를 주한미군의 전시예비물자 관리비용을 대신 내는 조건으로 무상으로 들여와 M47과 소수의 M48A2C 들을 대체하기 시작하였고, 2001년부터 양산이 시작된 개량형 K-1A1이 등장하여 다시금 7군단 예하의 기계화사단부터 교체가 시작되어 M48A3K는 예비부대에 남아있으며 현재까지 육군 현역 사단에 남아 있는 M48 전차는 대부분이 M48A2C를 개량한 M48A5K와 미국에 장기보관처리되어 있던 M48A5 (뒤쪽에 WRSA 또는 W를 붙여서 구분하기도 한다.) 이다.
본래 육군의 기갑전력 계획에 따라 K-2 흑표의 양산과 함께 1/3군사령부 예하의 보병사단에 존재하는 M48전차들은 모두 대체 되어야 했다. 그러나 흑표의 양산대수가 예산문제로 줄어들고 개발과정에서 차질을 빚어 전체적인 스케줄이 지연되면서 이 계획은 모두 틀어져 버렸고 육군은 어쩔수 없이 M48A5/5K 전차들을 조금 더 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M48A5/K 전차들이 배치되어 있는 곳은 동부전선 부대 일부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도입된 지 50년에 근접한 M48A5/5K 전차는 육군으로서는 애물단지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M48A5/5K로 구성된 전차중대/대대를 보유한 현역 육군사단에서 2020~2021년 사이에 도태시켜야 하는 오래된 장비다.
■한국군이 운용했던 M48 계열 전차들
1. M48A1
M48A1은 1953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M48 초기 개량형 이다. 본래 전차장이 자신의 기관총인 M2 중기관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와서 기관총을 운용할 수 있었지만 A1으로 개량되면서 회전이 가능한 전차장 전용 포탑 M1을 설치하고 내부에서 M2 중기관총의 장전 및 격발이 가능토록 하였다. 이 포탑은 회전이 가능하고 전방위 감시가 가능하도록 잠망경이 부착되어 있어서 운용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업그레이드였다. 이것 말고도 조종수석 해치가 대형화되어 조종수의 임무수행능력이 향상되는 등의 마이너 업그레이드도 포함되어 있다.
2. M48A2C
M48A2 개량형 이다. M48A2는 M48A1이 M47처럼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여 계속해서 제기되었던 연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동력계통을 개량하는 것이 주안점이었다. 엔진이 다른 형태로 변경되면서 후부 구조가 완전히 리모델링 되었는데 기존 M48A1이 차체 상부로 배기가스를 배출하고 후방은 완전히 폐쇄되어 있는 형태였다면, M48A2는 엔진의 연료분사구조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변경하면서 엔진의 크기가 약간 작아짐에 따라 차체의 후방부분을 개방할 수 있도록 격자형태의 문을 설치하고 그쪽으로 엔진의 배기가스가 나올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엔진이 작아진 만큼 연료탱크의 크기도 조금 더 커져서 더 많은 연료를 적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개량을 통하여 M48A1의 연비가 757리터의 휘발유로 110km를 주행했던 것에 비해 A2에 와서는 1,270리터의 휘발유로 260km를 주행할 수 있게 되었다. M48A2는 1955년 10월부터 미 육군에 배치가 시작되어 총 2,328대가 생산되었지만, 그 중에서 1,344대가 1959년부터 다시 개량 작업을 거쳐 M48A2C로 바뀌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사통장비인데 M47전차에서부터 시작되어 A2까지 고수하고 있던 쌍안식 M13A1 거리측정기를 M17C 영상합치식 거리측정기로 바꾼 것이다. 기존의 쌍안식 M13A1은 조준경을 들여다 보았을 때 조준경 내부의 서로 떨어져있는 표식 두개를 조준경을 조작해서 맞추어야 하는 방식이라 숙련된 전차장이 아니면 거리측정이 약간 곤란하였다.
그러나 M17C 영상합치식 거리측정기는 표식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좌,우측의 대물렌즈가 비추는 영상이 분리되어 있는 형태라서 표식과 영상을 같이 일치시키기 때문에 거리측정의 난이도는 많이 내려갔다. 이러한 방식은 현대 전차의 표준장비라 할 수 있는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탄도계산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가장 정밀한 거리측정 방식이었다.
이것 말고도 후부 기동륜 앞에 있었던 보조 유동륜이 사라지고 궤도 상부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지지롤러가 5개에서 3개로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M48A2C들은 개량없이 2007년까지 운용되고 있다가 퇴역처리되어 전국의 안보관련 관광지와 박물관에 전시되거나 해안포, 고정포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만 M48A5K로 개조가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3. M48A3K
1978년부터 M48A1을 개량 생산한 형태로 가장 크게 주목할 점은 최악의 연비를 자랑했던 가솔린 엔진을 디젤엔진으로 변경한 점이다. 엔진의 크기는 조금 더 컴팩트 해졌고 그에 따라 연료탱크의 크기는 더 증설되었다. 거기에 디젤엔진에 맞는 공조장치를 갖추기 위해서 차체 후방 펜더부분에 건식 공기청정기가 생겼고, 엔진그릴의 형태가 변경되어 M60과 동일한 형태의 엔진그릴이 되었다.
추가적으로 포방패 상단에 적외선/가시광선 조명이 가능한 제논 탐조등이 설치되어 야간 작전능력이 향상된 점이다.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 사통장비에 대한 대대적인 개량이 시작되어 M60A3 전차와 동일한 전자식 탄도계산기와 포수조준경을 도입하여 사격의 정밀성을 대폭 높일 수 있었다.
이는 M48A5K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업그레이드로, 기존의 기계식 탄도계산기와 영상합치식 조준경의 조합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지만 숙련 되지 않은 전차 승무원은 거리측정과 제원을 산출하는데 비교적 시간이 오래걸리고 전차가 기동하면서 생기는 진동과 다른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여러 오차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많았었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해줄 수 있는 개량사업 이었다.
전자식 탄도계산기는 포수조준경상으로 발사되는 레이저가 거리를 측정하고 이렇게 측정된 표적과의 거리와 각종 센서들이 측정한 여러가지 변수들을 조합하여 탄도계산기가 최적의 사격각을 계산한 이후 이를 곧바로 포신에 적용해주기 때문에 승무원의 숙련도를 쉽게 높일 수 있고 정확도도 기계식에 비해 많이 끌어올릴 수 있는 방식이었다.
4. M48A5K / M48A5(W)
M48A5K 역시 1978년부터 시작된 개량생산형 이다. 가장 큰 변경점은 M68 105미리 강선포를 탑재한 점으로, M60 전차와 동일한 화력을 갖출수 있었다. 이는 당시 무서운 속도로 증강되기 시작했던 북한의 기갑전력을 보았을때 당연한 수순이다. 국내에 도입되어 있었던 M48A1과 M48A2C의 일부를 개량하였으며, M48A1은 모두 전차장포탑을 이스라엘과 동일한 형태의 ‘우르단’ 식 전차장 포탑으로 개량하고 북한의 RPG-7을 위시한 대전차 로켓에 대한 방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강철제 사이드스커트를 증설하였다.
우르단 전차장포탑은 M1 전차장포탑 처럼 내부에서 기관총을 사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포탑이 매우 납작한 편이고 해치를 한번 꺾을 수 있어서 전차장이 외부의 상황을 꼭 잠망경을 통하지 않고 꺾여서 닫혀있는 해치와 포탑의 공간 사이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포탑을 완전히 폐쇄하더라도 포탑 전방에 설치된 3개의 잠망경으로도 외부를 관측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M48A2C를 바탕으로 개량한 M48A5K들은 이와 같이 우르단 전차장석을 채택하지 않고 그대로 M1 전차장포탑을 채용하고 있어서 이것이 예전 M48A1/A2C 였을때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는 유일한 차이점이다. M48A5W는 미국이 주 방위군의 예비물자로 장기보관처리 되어 있었던 M48A5를 국내로 도입한 것으로 마찬가지로 사통장비를 전자식으로 교체하고 우르단 전차장석을 적용한 것 까지는 동일하나 사이드스커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M48A5K와 쉽게 구별 할 수 있다.
■ 실제 기동 가동대수는 100여대 불과
아직도 육군의 일부 부대에서 M48A5/5K 전차를 사용 하고 있다. 1990년대에 M48 계열 전차에 대해서 현대화 개량사업 (PIP)를 계획하였으나 M48 전차 1대가 가지는 가치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사업이 취소된 바 있다.
M48A5/5K는 오래된 기령으로 유지비용이 과다하게 소모되는 상황이고 창정비 비용이 전차 1대의 가치를 넘어선지 오래이다. 기령이 오래된 만큼 부품의 교체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어서 전시에 사용해야할 핵심부품들과 엔진의 확보가 중요한데, 궤도를 구성하는 주요부품들은 구성품이 동일한 M47이나 다른 M48의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그나마도 오래되어서 전용이 힘들면 재생작업을 거쳐서 사용하는 형편이다.
예비엔진의 가동률은 이미 2011년을 기준으로 25%에 불과했으며 전투상황에서 엔진이 고장났을시 이를 현장에서 곧바로 교체하여 전력으로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M483K/A5/5K 전차는 2019년 기준으로 보유 숫자 800여대중 100여대 이하에 불과하다. 게다가 엔진과 현수장치는 교환이라도 가능한 형편이지만 사통장비와 포탑구동계열은 동류전환 조차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 정비부대가 아닌 운용하는 승무원이 모든 고장상황에 대비한 채로 임무수행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가동율의 문제로만 불거지는 것이 아니라, M48A5/5K 전차를 보유한 모든 부대들이 전차를 이용한 실질적인 전술훈련과 승무원의 기량을 향상시킬 교육훈련 보다는 전차를 유지관리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채로 부대를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되어서 전시에 M48A5/5K 전차를 보유한 부대들이 효율적인 전투를 할 수 있는지 큰 의문을 갖게 만드는 현실이다.
따라서 M48이 육군 기갑전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실질적으로 M48 전차를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미 부정적이다. 따라서 육군은 북한에게 수량면에서 다시 열세를 가지게 되더라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M48을 과감하게 퇴역시키고 K-2 흑표의 양산대수를 늘려서 더 이상 전방사단에 M48A5/K 전차가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미래의 기갑전력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디펜스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