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수도군단이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국항 검역소에 장병들을 파견해 ‘코로나19’(이하 코로나) 바이러스 해외 유입 차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도군단은 코로나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월 28일부터 현재까지 약 5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으로 17사단, 수도군단 특공연대, 특전사 공수여단, 국군의무사령부 장병 등으로 구성된 ‘인천국제공항 軍 검역지원단’을 편성해 공항 검역지원에 나섰다.
육군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비군사적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고 가용한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전방위적 노력을 하고 있다. 수도군단 역시 외국으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 원천봉쇄에 중점을 두고 일 평균 250여 명, 연인원 총 5천 5백여 명이 24시간 3교대로 인천국제공항에서 검역지원 임무를 수행 중이다.
입국장 전체 특별검역 시행에 따른 입체적인 검역, 영어 및 중화권 외국인 통역, 의료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 중인 장병들은 군인 특유의 헌신적인 업무자세, 정확한 업무처리, 친절하고 신속한 검역 안내를 통한 승객 불편 최소화 등으로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직원뿐 아니라 인천공항에 파견된 각 정부 부처 직원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항공편이 도착하면 군 검역지원단 장병들은 입국승객들의 문진표 작성, 자가진단 어플리케이션 설치 등을 안내하고, 국내 거주지 및 비상 연락처 확인 등 입국 과정 전반에서 검역 및 통역을 지원하고 있다. 또, 검역대 통과 과정에서는 입국자 전원의 온도를 체크하고 감염이 의심되는 유증상자의 경우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배치된 선별진료소에서 개별 진료를 실시한다.
군 검역지원단은 현재까지 총 40만여 명의 입국자를 검역했고, 유증상자 6천여 명과 확진자 4명을 식별했다.
지난 3월 5일부터는 외국으로 출국하는 승객에 대한 검역지원 임무에도 투입돼 인천공항 제1, 2터미널 출국장에 4명씩 한 조를 이뤄 총 60명의 장병이 24시간 출국 인원 전원을 대상으로 열 감지 카메라와 비접촉식 전자온도계를 이용해 승객들의 발열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군 검역지원단’은 33년 차 베테랑 군인 17사단 행정부사단장 김영만(54세) 대령이 단장으로서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부, 수도방위사령부 등 軍 주요 정책부서와 야전부대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김 대령은 인천공항공사, 관세청,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의 대외기관과 유기적 협업이 필요한 이번 임무에 수도군단 내 간부 중 최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 전역을 앞두고 있는 김 대령은 사실상 17사단에서 마지막 보직을 수행하다 이번 임무에 투입됐다. 이번 임무수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 3월 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특별입국 절차 참관을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한 일화를 손꼽았다. 당시 김상희 국립인천공항 검역소장은 강경화 장관에게 현장 상황 브리핑을 통해 군의 활약상을 소개하며 ”24시간 밤낮없이 검역 지원 임무에 헌신하고 있는 군인들이 우리 검역소 직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현장에서 함께 들은 김 대령은 “우리 軍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하루빨리 종식돼 예전처럼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며 생활하는 날까지 검역지원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단 한 명의 파견 장병에게도 불미스러운 일이 없이 임무를 완수하고 전원을 무사히 가정과 소속부대로 복귀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검역지원단 장병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히기도 했다.
인천공항에서만 두 번의 진급식을 맞은 수도군단 특공연대 서광석(34세) 상사의 사연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 당시 10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주요 귀빈 경호작전에 투입돼 성공적인 경호임무를 수행한 서 상사는 지난 2010년 11월 1일 ‘중사 진급식’을 부대가 아닌 인천공항에서 맞았다. 이번 검역지원 임무에 선발돼 10년 만에 다시 인천공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 서 상사는 공교롭게도 지난 2월 28일 인천공항에서 이번에는 ‘상사 진급식’을 가지게 됐다.
∙”부사관의 경우 총 세 번의 진급식을 할 수 있는데 그중 벌써 두 번의 진급식을 이곳 인천공항에서 갖게 되니 저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장소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폐암으로 5년간 투병하다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병수발로 제대로 된 여행 한번 해보지 못한 가족들과 이번 진급일에 가족여행을 계획 중이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서 상사는 ”대한민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조국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 중인 저를 가족들이 굉장히 자랑스러워한다”며 “매일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고 있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전직지원교육 입소를 1분기 미루고 인천국제공항 軍 검역지원임무의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군 상황실장’의 임무를 빈틈없이 수행하고 있는 수도군단 특공연대 김우균(44세) 소령도 화제가 되고 있다.
매일 새벽 인천공항공사에서 제공해주는 비행 스케줄과 검역 지원 장병들의 파견 장소를 꼼꼼히 대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김 소령은 이제 인천공항의 모든 출·입국장 게이트 위치와 시설의 규모를 꿰차고 있을 정도다.
“약 2개월 후면 23년간 정들었던 군복을 벗고 사회로 나가야 하는 시기에 제대로 된 전직 준비를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들 때도 있지만, 위기에 처한 조국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임무수행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표했다.
지난 13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을 무렵 인천공항의 검역시스템을 참관하기 위해 40여 개국의 주한 외교단이 검역 현장을 찾았다. 우리 군의 검역지원 시스템을 참관하며 “군인들이 어떻게 이렇게 단기간에 신속하면서도 체계화된 검역지원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냐”는 한 외교관의 질문에 김 소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한국군의 사명”이며, “내가 대한민국의 군인인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커다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어 통역을 위해 파견된 17사단 박재혁(22세) 병장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유학을 해 중국어가 유창한 박 병장은 이번 바이러스의 발병 근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에 아직 거주 중인 가족, 친지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이번 임무에 자발적으로 지원하게 됐다.
중국발 비행기 대상 특별검역 시 의료진의 통역을 담당하고 중국인 여행객들에게 자가진단 어플리케이션 설치에 대한 안내를 하던 박 병장은 지난 2월 중순 새벽, 한 중국인 여행객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건강상태는 이상이 없었지만, 한국을 입국할 때 제출하는 입국카드에 한국 내 거주할 주소지와 연락처가 엉터리로 기입돼 있었던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박병장은 즉각 현장에 있던 출입국사무소와 검역소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2시간 여의 조사 끝에 해당 중국인의 입국목적이 불명확한 것을 밝혀내고 중국으로 송환시킬 수 있었다.
‘가끔 외국인 여행객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험한 말에 힘들기도 했지만, 24시간 늘 함께 해준 동료 전우들 덕분에 다시 기운을 낼 수 있었다‘던 박 병장은 3주간의 임무수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는 전역 전 휴가를 실시 중이다. “세계 각국의 인파가 몰려드는 공항에서 임무수행을 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의 걱정이 많았지만,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고 나니 군인으로서 국가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대한민국의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겠습니다.”라며 생애 최고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힌 박 병장은 상황이 진정되면 곧 중국으로 돌아가 복학할 예정이다.
50일 가량 공항 근처에서 임시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검역지원 장병들에게 소소하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연도 있었다. 지난 9일 독일로 출국하는 한 한국인 유학생이 검염지원 중이던 군인들에게 손편지와 함께 사탕과 음료를 주고 갔다. 편지에는 ‘검역의 최전선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내 가족과 내 나라를 지켜줘서 감사하고 든든하다’며 ‘많은 국민들이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격려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공항에서 함께 일하는 관계기관 직원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장병은 “인천공항 직원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배식을 하던 직원이 나라가 힘들 때 군인분들이 있어 참 다행이라며 식판에 음식을 가득 담아 주면서 배고플 때 언제든지 공항식당으로 오라는 말을 듣고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파견 장병은 “군인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파견 초창기에는 검역소 직원들이 많이 낯설어 했지만, 이제는 음료수나 과자를 건네주며 먼저 말을 걸어주기도 하고 ‘군인을 너무 사랑하게 됐다’는 한 직원분의 얘길 듣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한 장병은 중대 “지난 2월 3일, 국방부 장관님께서 검역 지원 현장을 방문하셨을 때 늘 TV에서나 뵙던 분께서 제 어깨를 직접 두드려주시며 ‘여러분들이야말로 위국헌신의 표본’이라며 격려해주셨을 때 이번 임무에 자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러한 사연을 전해 들은 수도군단장 최진규 중장은 지난 4일 검역 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파견 장병 전원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 중장은 ‘검역의 최전선에서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모든 국민이 전폭적인 신뢰와 감사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완벽한 검역지원 임무수행과 더불어 각자의 건강 관리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군 검역지원단은 모든 임무수행 장소 1일 3회 이상 방역, 1회용 위생장갑 및 손소독제 비치, 임무 투입 전·후 그리고 아침·저녁 점호 간 체온 측정, 장병 숙소 군의관 상주 등을 통해 혹시 모를 바이러스 감염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한편, 수도군단 사령부는 군단 휴양소를 숙소로 편성해 제공하고 차량 및 추가 예산 획득 후 지원, 지휘관 격려금 지급, 이발 지원 등으로 인천공항 軍 검역지원단의 완벽한 임무수행 여건을 보장하고 있다.또, 바이러스 발생 초기부터 군단 본부에 ‘코로나19 대응 TF팀’을 운영하며 인천공항 군 상황실을 통해 검역지원 상황을 매일 확인하면서 긴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부대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모든 역량을 활용해 코로나19 확산 차단과 검역 지원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